이른 아침 조용한 수도원 정원을 서성이고 있었다.
수도원에서 성당으로 가로질러가는 길에 들어섰다가 철문이 여다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문득 바라본 그곳에는 자전거를 끌고 수도원 대문을 들어서는 머리가 하얀 나이든 수사님이 있었다.
그 수사님은 대문을 들어선 잠시 후에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아니하게 조용히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멀어져 갔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라 한동안 멀어져가는 그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시 그 노인 수사님을 다시 보게 된 곳은 바로 수도원의 공동묘지.........
그 노인 수사님은 먼저 하느님께로 돌아간 수사님들의 묘지를 하나 하나 돌보면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무덤들 하나 하나의 사연들을 알고 있을 그 수사님은 묘지 위에 꽃들을 돌보기도 하고 비석을 쓸어 내리기도 하면서
그 일이 끝나면 무덤 하나 하나에 머물면서 기도를 한다.
그 모습이 애잔하게 느껴서 오랫동안 눈길을 땔수가 없었다.
사실 1927년 Niepokalanow 수도원이 설립된 이후에 많은 수도자들이 이곳에서 생을 마쳤고 그들이 살던 수도원 안쪽 정원에 잠들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곳에서 잠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중에 폴란드는 나찌에 의해서 점령 당하고 1941년 이곳 수도원도 나찌에 의해서 강제로 패쇄 후에 이곳에 살던 수도자들은 모두 아우슈비츠로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많은 수도자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했고......
그 죽엄 마저도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들 중에 바로 이 수도원을 설립한 막시밀리아노 콜베 수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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